로고

“지진의 이해” 울진 군민들에게 지진 얘기 좀 할까요?

울진타임즈 | 기사입력 2004/08/11 [01:08]

“지진의 이해” 울진 군민들에게 지진 얘기 좀 할까요?

울진타임즈 | 입력 : 2004/08/11 [01:08]


“지진의 이해”
울진 군민들에게 지진 얘기 좀 할까요?

<독자기고> 컬럼
주 승환, 고려공업검사(주) 연구소장, 공학박사

울진에서 나온 성명서에 놀란 가슴

오늘(6/5일)은 때마침 토요휴일이다. 보궐 선거가 있는 곳도 있다. 필자가 사는 곳은 이번에 투표하는 지역에 들지 않아 특별히 할일도 없는 터에「울진 타임즈」홈페이지에 접속했다.
깜작 놀랄 기사가 눈에 띄었다.

울진 지자체 의원들이 울진 지진에 관해 낸 성명서를 자세히 읽곤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시무시한 말씀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지난 번(5/29일 19시 14분 쯤) 울진에서 80 km 떨어진 해상의 한 곳에서 일어났던 지진의 충격파로 울진 땅덩어리가 떨린 진동을 대다수 군민들은 직접 몸으로 느꼈을 것이다.

군민들은 그 어느 때 보다도 그런 지진을 걱정하면서 그에 대한 공포증을 느끼실 텐데, 근거 없이 불안감을 더할, 성명서에 담긴 일부 내용들은 필자의 눈에는 부적절하게 보였다.

이런 때일수록, 바람직한 지자체의 공식 입장은 원전 사업주에게 원전의 안전대책에 대한 경각심을 심도 있게 고취시킬 방도를 먼저 면밀하게 살펴야 하고, 그리고 주민들의 불안을 조금만이라도 해소시킬 대안을 찾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 군민의 정서에 맞다.

그러함에도 군민의 대표기관이 오히려 앞장서서 군민들의 불안을 가중시킬 내용들을 성명서에 담아, 마치 당장 울진 원전이 폭파되기라도 하듯, 전파시키는 모양새는 정말 딱하고 민망스럽다.

대다수의 주민들은 자신의 몸으로 체험한 지진의 진동보다도 오히려 그 성명서를 읽고 더욱 놀랐을 지도 모른다. 아마도 많은 군민들은 지진의 진동을 함께 느꼈을 것이므로 신경이 곤두선 때라 지진 현상을 좀 쉽게 얘기해 보자(지진 현상은 참고문헌 참조).

“공기가 비행기를 놀리는 군”
비행기를 타보신 분들은 비행 도중에 한번쯤은 비행기 몸통이 무섭게 요동치는 경험을 하셨을 것이다. 기내 안내 방송은, “안전벨트 착용”, 그게 전부다. 좀 지나고 나면 요동이 멈추고 평온해져 즐거운 여행은 계속된다.

또 다른 충격(여진 같은)이 뒤따른다. 그때는 모든 승객들이 단 한번의 경험을 통해서 동체가 요동친 진동의 영향이 별 것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공기가 비행기를 놀리는 군”

공기 흐름이 불안정했을 때, 비행기가 공기에 부딪혀 그 충격파로 동체가 흔들리는 현상이다. 처음 경험할 경우, 누구나 그런 진동에 공포증을 느낄 것이다. 공연한 걱정을 하게 된다. 혹시 비행기가 파손되지 않을지?, 저승사자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착시현상도 나타날 것이다.

일본뿐만 아니라 활화산대로 알려진 세계 도처에 거주하는 이들은 우리가 갖는 지진의 정서와는 달리, 지진을 비행기 여행에서 동체의 요동처럼, 마치 일상생활의 하나로 태연하게 받아드린다.

지진의 세기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은 여러 종류의 지층들이 서로 겹치기도하고, 아래위로 엇갈려 덮이면서 복잡하게 서로 얽혀져있는 한 땅덩어리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수백 제곱킬로미터 규모로 여러 개의 지각 판(지층의 규모가 큰 것이며, 여러 종류의 지층들로 이뤄짐)들로 나눠지기도 한다.

이들은 따로따로 우리가 느낄 수 없을 만큼 아주 느리게 움직인다. 이때, 두 판들이 서로 맞부딪힌다면, 두 지각 판들에서는 강력한 충격파가 각각 따로 생겨나 퍼져서 사람 몸의 경련(痙攣)처럼 두 지각 판들이 요동친다. 마치 비행기가 공기 흐름의 이상기류로 흔들리듯, 땅덩어리가 흔들린다.

내가 살고 있는 지각 판이 상대의 것보다 규모가 작다면 같은 충돌일지라도 나는 훨씬 더 강력한 충격파를 느낄 것이다. 내가 사는 지각 판의 크기에 견줘 충돌했던 쪽 지각의 덩치 크기에 따라 느낄 충격파의 세기도 다르다.

지진의 세기를 나타내는 리히터 규모의 진도 단위는 단순하게 두 지각들이 서로 충돌했을 때, 생길 충격파의 세기만을 구분해놓은 것이다. 지진 현상을 알기 쉽게 설명하자면 그렇다.

하지만, 지진 현상은 실제로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예컨대, 지진의 세기만을 얘기한다 할지라도, 두 대의 자동차들이 서로 충돌했을 때, 자동차의 크기만으로서 차량의 찌그러진 모습들이 서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 자동차가 달리던 속도도 함께 넣고 셈해야 한다. 그런 양을 물리량으로는 ‘운동량’이라 한다. 즉, 두 지각 판들의 운동량이 크고 적음을 따져야 한다. 실제로 지진은 지각판들의 경계부 뿐만아니라 지각판의 내부(울진의 경우)에서도 일어날수 있다.

“내진설계”

비행기는 사나운 어떤 형태의 공기 흐름일지라도 견딜 수 있고,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게 설계된다. 비행기는 공기의 흐름으로는 절대로 파손될 수 없게 만든다. 지진 현상에 대한 안전 설계는 “내진설계”란 기준에 따른다.

당연히 원전 시설도 그런 엄격한 기준에 따라 건설된다. 그런 기준 없이 마구잡이 원전을 건설할 순 없다. 원전 건설에 관한 모든 설계 자료들은 국제기구의 감시 대상이다. 만일 국제 기준에 엄격히 적용받을 원전을 짓지 않는다면, 더 이상 우리는 원전 건설을 하지 못하게 국제기구의 제지를 받게 될 것이다.

지난번, 일어난 울진 부근 해상의 지진 세기 정도(5.2도)는 진앙지(지진의 중심지)가 원전시설 안에서 일어나지 않을 경우라면, 원전시설(원전의 경우 6.5도)에 아무런 피해도 줄 수 없는 규모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그리고 운전하는 원전 수효도 우리와는 견줄 수 없을 정도로 몇 곱절 많다. 그리고 원전센터도 이미 건설하여 잘 운영되고 있다. 이번의 울진 부근 해상에서 일어났던 지진을 문제의 성명서 표현대로 주민들에게 알리려면, 더 많이 지진에 관한 이치에 닿는 말을 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활성단층의 속성

지진으로 원전시설이 위태롭다면, 그것은 울진 주민들보다는 국가의 큰 부담이 될 것이다. 중앙정부는 그 지진에 관해 아무 말이 없는 데, 지자체 의원들이 낸 성명서 일부 내용들의 표현들은 좀 지나치고 너무 앞섰다.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필자는 여기서 장담할 수 있다. 문제의 성명서에 표현된, 근거 없이, 울진 지역을 활성단층으로 보는 시각은 한참 잘못이다.

지진 한번 일어난 곳을 ‘활성단층 지대’로 정의하면, 이 세상 어느 곳도 활성단층 지대가 아닌 곳은 없을 것이다. 독자들도 잘 알고 있을 ‘단층’이란, 한 지층이 계속 이어지지 않고 한 부분에서 기운 경사가 갑자기 끊기면서 엇갈리거나 뒤틀려서 서로 다르게 나타난, 아니면 지층이 한때 어떤 지질작용을 받아 절단돼 있는 곳을 지질학 용어로는 ‘단층(지층이 끊긴 곳)’이라 한다.

그리고 ‘활성’이란 지금도 살아 움직인다는 뜻이므로 이 두 낱말을 합치면 단층작용이 아직도 계속되는 곳이란 표현이다.

그런 자연현상은 지질 시대라는 수천-수만 년 세월인 단위의 잣대로 잴 때, 구분된다. 우리 오감으로는 그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할 수 없다. 마치 얼음이 얼고 있는 찰나의 현상을 우리의 감각으로 감지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다만,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얼음이 언 결과만을 보고 알게 될 뿐이다. 그래서 활성단층이란 말이 한 전문가의 입을 통해서 나왔을 지라도 그 이론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전문가들은 헛소리일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한다. 그게 활성단층의 속성이다.

그런데 문제의 성명서 내용에는 아주 쉽게 그 얘기를 하기에 한 말씀드린다.

참고문헌: 주승환, “지진을 예측할 수는 없을까?”,『원자력산업』1998년 3 월호, 61-65똑)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칼럼&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