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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도청, 연정제안, 한국 중추세력의 한계

조영환 대표

조영환 대표 | 기사입력 2005/08/06 [17:08]

불법도청, 연정제안, 한국 중추세력의 한계

조영환 대표

조영환 대표 | 입력 : 2005/08/06 [17:08]


요즘 한국에는 안기부에서 불법으로 도청한 테이프가 모든 정치, 경제, 윤리, 법률적 담론을 주도하고 있다. "묻지마 폭로" 그것이 한국사회의 화두이다. 불법이 합법을 유린해도 아무런 법적 혹은 도덕적 정당성을 따지지 않고 '폭로의 광란'을 한국인들은 즐기고 있다. 아무리 도청된 내용이 유익하고 정확해도, 일단 불법적으로 도청되면, 그것은 법적 혹은 도덕적 정당성을 상실한다는 기본적 법규도 무시되면서 한국정치의 막후사건들이 다 폭로되고 있다. 왜 이런 무분별, 무책임, 무원칙한 폭로가 한국사회를 휩쓸어, 한국사회를 비생산적인 상태로 몰아가는가? 혹시 한국사회의 중추를 형성한 인력자원에 어떤 결함은 없을까?

첫째로 한국사회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는 정치, 경제, 언론, 법조, 행정계의 인적 자원이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고 무원칙하기 때문에 안기부 도청테이프 사건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한국사회의 중추세력은 국가전체의 운영에 무책임하고, 행동이 무원칙하고, 판단이 무분별하기 때문에 한국사회가 지금처럼 쇠퇴해져 간다. 한국사회를 이끄는 자들이 너무 원칙과 분별이 없고 무책임하다. 현대 한국역사를 관찰해보면, 모든 변수들을 계산에 넣어서 생각해야 하는 정치에 한국인들은 매우 무능해 보인다. 한번 어떤 사건에 내몰리기 시작하면 아무런 견제와 비판도 없이 망조의 절벽을 향하여 질주하는 것이 우매한 한국인이었다.

한국인들은 세계에서 가장 정치를 모르는 민족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한국이 중국, 소련, 일본, 미국의 식민지 노릇을 오래 했으니, 어쩌면 정치가 무엇인지 한국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지도 모른다. 도덕이 넘쳐 덕으로 다스리는 정치를 기준으로 보거나 양심이 모두 사라져서 법으로만 다스리는 정치를 기준으로 보아도, 한국의 정치는 개판이다. 한마디로 원칙과 지조가 없는 양아치 수준의 정치의식과 행동을 한국지도자들은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한국정치의 가장 대표적 사례가 바로 최근 안기부의 불법도청 사건과 노무현의 연정제안 소동이 아닌가.

안기부 도청테이프 소동은 국가의 기강이 허물어졌다는 것을 증명한다. 안기부 테이프에 영남세력이 어떻게 부도덕하고, 호남세력이 어떻게 음모했으며, 한국의 언론계와 기업이 어떻게 유착되었는가는 중요하지 않다. 안기부 도청테이프에 담긴 내용들이 다 폭로되는 사실 자체는 또 하나의 비극이다. 역사의 모든 것을 다 폭로하면, 어느 나라든지 권력과 금력과 정보력은 하나로 뒤엉켜 있게 마련이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흉흉한 비밀도 있는 사회가 살만한 세상이다. 다 투명한 사회는 사람이 살 수 없다. 이 세상에 한국만 병적으로 깨끗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한국정치의 비밀들만 멍청하게 다 폭로되고 있다.

우리나라만 모든 것을 투명하게 하면,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지 못한다. 이 세상은 음모와 비밀과 조작으로 짜여있는지도 모른다. 북한 핵문제를 둘러싸고 열린 '6자 회담'도 한국을 둘러싼 강대국의 부도덕한 음모와 조작의 결정판이다. 만약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이 한국을 놓고 비밀리에 하는 말을 다 안다면, 우리는 참지 못할 것이다. 비극적이게도 이 세상의 전반적 타락과 모순을 어느 정도 수용하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파워게임을 할 수 없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투명하고 양심적인 정치를 한국사회에 강요한다. 한국인의 병적인 도덕주의를 파악한 외세는 한국인들을 망가뜨리는 가장 효율적인 무기로 도덕주의를 강요한다.

비밀리에 벌어진 못된 짓들이 세상에 드러나서 고쳐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안기부 도청테이프 사건의 문제는 한국의 핵심적 정보기관의 비밀들이 무차별적으로 폭로되어 한국의 정치인, 경제인, 언론인들이 모두 죄인처럼 된다는 점이다. 안기부 도청테이프를 때문에 한국인들은 모두 법과 도덕을 어긴 인간들로 자책하게 된다. 돈과 권력의 관계가 지나치게 깨끗할 것을 강요하면, 한국의 인재들이 파괴된다는 점을 한국을 지배하는 세력은 파악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도덕싸움이 벌어지면, 국익이 망가졌다는 역사적 교훈을 한국인들은 배우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들은 도덕적 명분보다는 실리적 결과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정치, 경제, 문화의 정보를 잡고 이 세상을 어지럽힌 자들은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안기부 도청테이프 폭로가 가진 순기능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의 모든 활동이 다 폭로되어 비밀이 깃들 공간이 없는 정보화시대의 고유한 구조악은 또 있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에서 정보의 완전 장악이 바로 사회의 완전 통제로 이어진다. 불법 도청테이프의 무분별한 폭로는 한국사회의 자해로 귀결될지도 모른다. 지나치게 맑은 물보다 약간 흐린 물에 물고기들이 많듯이, 약간 비밀이 있는 곳에 사람들도 살만하다. 안기부 도청테이프의 무분별한 폭로는 한국사회의 중추세력이 무책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두 번째로 한국사회의 중추세력이 무분별, 무원칙, 무책임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는 바로 노무현 대통령의 연정제안 소동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에 메아리 없는 구애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유종필 민주당 대변인이 "노무현은 박근혜 스토커"라고 한 것은 재치 있는 논평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원칙도, 책임도, 분별도 없이 마구 까발리는 언동들을 자주 보여준다. 연정을 하고 싶다면, 여당 내부와 야당 수뇌부와 막후작업을 하고 난 뒤에 연정추진 의사를 공개해야 할 것이다. 어느 나라 대통령이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야당과 국민들에게 연정하자고 제안할 할 수 있겠는가? 정치가 무책임하고 분별 없는 아이들의 소꿉장난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아주 보기 흉한 모습을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있다. 그의 무책임하고 경솔한 언동에서 우리시대의 중추세력이 갖는 흉한 모습을 볼 수 있다. 대통령직을 몇 번 내놓은 노 대통령은 원칙과 책임이 없는 사람이다. 그는 민주당과 한나라당에 연정을 제안할 염치도 없어야 한다. 열린우리당의 탄생하면서 내세운 논리는 바로 "타락한 수구세력의 도태와 순수한 개혁세력의 집결"이었다. 지역주의와 냉전이념에 찌든 낡은 민주당과 한나라당을 도태시키고, 혁신세력이 한국정치의 미래를 열자는 명분으로 열린우리당은 탄생되었다. 그런데 열우당보다 먼저 도태될 정당은 없지 싶다. 열우당은 무책임하고, 무원칙적이고, 무분별하다.

이 열린우리당의 주축은 약삭빠른 396세대와 민주당의 무능한 비주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언동에 386세대의 분열된 시대정신이 깃들어 있다. 오늘날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연정제안 소동과 불법도청 사건은 원칙과 책임이 없는 386세대의 한계에 연루된 것 같다. 민주화운동의 추진세대가 아니라 민주화운동의 결과만 취한 유사민주화(quasi-democratization)세대이다. 그들은 실체는 없고 무늬만 있는 세대라서, 실천성이나 책임성도 약하다. 386세대는 진짜 민주화라는 명분에 투철한 선배세대와 정치에 관심이 없이 이익에 투철한 후배세대에 낀 어정쩡한 세대이다. 이 어정쩡한 386세대의 꽃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가. 노대통령이 386세대에 의해서 '노짱'으로 이름 붙여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한나라당의 형편을 살펴봐도, 열린우리당과 형편은 비슷하다. 한나라당은 무책임하고 무기력하다. 허화평은 한나라당을 내시정당-불임정당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박정희 향수에 젖어 박근혜에게 몸을 기댄 한나라당은 틀림없이 내시정당이고 불임정당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좌파의 연합전술이 강하게 구사되고 있지만, 무늬만 우파세력인 한나라당은 모기 만한 소리로 '지금은 경제에 몰두할 때'라고 항변한다. 한나라당은 현시대의 물음에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좌파정당은 경제는 아랑곳없이 정치사업에 몰두하는 전술을 구사하는데, 한나라당은 마치 집권여당처럼 실용주의적 발언만 한다. 한나라당은 무책임하고 무능하다.

한나라당은 우파도 아니고 보수도 아니고, 단지 권력의 향수에 젖은 기득권자들의 아늑한 허브(도피처)일 뿐이다. 한나라당은 대통령이나 집권 여당에 아무리 모순이 많아도 제대로 항의하거나 시위를 할 수 있는 정당이 못된다. 공영방송에서 아무리 미친 짓들이 난무해도 한나라당은 제대로 항의하고 개선하지 못한다. 꼭 쥐약 먹은 병아리처럼 비실비실 거리는 것이 한나라당의 본질이고 현실이다. 내시처럼 재창조에 무능한 한나라당은 권력창출에 불임상태를 유지한다. 한나라당은 전두환이나 박정희 같은 폭력적 메시아가 나타나서 교활한 좌파를 눌러주기만을 기도하는 정치적 종말론에 빠진 내시들의 아지트에 불과하다.

열린우리당이 경박하고 무원칙하고 무책임하다면, 한나라당은 젊잖게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의 실패를 기다려 반사이익을 노리는 정치적 종속변수에 불과하다. 그 이유는 좌파세력에게 정치는 모든 것을 올인하는 종교이지만, 우파세력에게 정치는 실용주의적 이해타산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실용주의적으로 계산하는 우파세력은 정치싸움에서 교활한 좌파세력에 무능한 종속변수일 수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한나라당과 연정을 들고나올 줄 누가 예상이라도 했겠는가? 지역주의 극복을 빌미로 보수세력을 흡수-소멸시키려는 노무현의 시도는 좌파전술이다. 이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무능하게 대처한다.

무늬만 있고 실체가 없는 대표적인 한국인을 꼽으라면, 아마 노무현 대통령도 포함될 것이다. 원칙 없는 변신과 제휴가 무엇인지 알려면, 우리는 노무현 대통령이 불쑥 내민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연정제안을 관찰하면 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과 행동은, 조갑제 대표가 지적한 것처럼, 정신적 검진을 받아봐야 할지 모른다. 노 대통령은 아주 진솔한 표정 속에 마키아벨리안적인 복선을 까는 혼란상태에 있다. 이전투구에 강한 사람들만이 노무현 대통령의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투쟁에 본능적인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의 연정제안은 무책임, 무원칙, 불법의 결정체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표현대로 열우당과 한나라당이 연합한다면, 한국 국회의원의 90% 이상이 모이게 되는데, 결국 노무현 대통령의 머리에는 일당독재를 꿈꾸는 것이 아닌가.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부패했다고 버린 깨끗한 정치인들이 열린우리당을 만든지 겨우 2년이 지났는데, 어떻게 자신들이 버린 정당에 양아치처럼 연정을 구걸한단 말인가. 한나라당을 사라져야 할 정당이라고 말하고 뒤돌아 서서 연정하자고 할 사람이 노무현 대통령이 아닌가. 개혁세력의 화신인 것처럼 호들갑 떠는 유시민과 노무현은 사실상 무책임하고 무원칙해 보인다. 대통령이 권력에 무심하여, 권력을 내놓겠고 말하는 것은 참으로 무책임하다.

국민들로부터 부여받은 대통령직을 조용히 유지하는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가장 큰 책임과 의무이다. 조용하게 대통령직을 수행하는 것보다 더 큰 개혁과 소명은 없다. 새정치연대의 장기표 대표가 말한 것처럼,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직이 굴러다녀도 주워 가는 사람이 없게 한국사회를 만든 사람'이다. 대통령직 내놓겠다고 수시로 말하는 노 대통령의 언행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열린우리당 창당 시에도 한나라당과 민주당을 사라져야 할 세력으로 매도했던 유시민 의원이 요즘 "대통령이 권력을 주는데도 제대로 말귀도 못 알아먹는다"고 한나라당을 나무라는 꼴에서 386세대의 무책임하고, 무원칙하고, 무분별한 언행을 선명하게 나타난다.

안기부의 도청테이프 소동과 노무현의 연정제안 소동은 무책임하고 경박한 386세대가 사회의 중추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출되는 현상인지 모른다. 무차별, 무책임, 무원칙적 폭로와 선언이 연발되는 오늘날의 정치현상은 이 세대의 총체적 표현이다. 386세대의 "짱"인 노무현은 무차별 폭로의 유탄에 맞아 상처를 입을 지도 모른다. 경박함이 노무현과 유시민같은 386세대의 득세가들에게 흐르는 기운이다. 도청테이프든 연정이든 좀더 책임있고 신중하게 국가이익을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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