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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누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반대쪽 행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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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으로 누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반대쪽 행태다.

 

추미애와 윤석열이 여야 정쟁의 선봉장이 됐다. 두 사람이 자처한 것인지 주변이 그렇게 조장추 장관은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두 번째 행사하면서도 여전히 국민들이 자신이 원하는 시선으로 자신을 봐주기를 바랐을까. 당장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 행사가 이례적이라는 점에 대한 부담은 없었을까. 건국 이래 법무부 장관의 최초 수사지휘권은 2005년 천정배 장관이 행사했다. 검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수사하던 강정구 동국대 교수를 구속하려 하자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지휘한 것이다.

 

당시에는 국가보안법이 양심과 자유를 말살하고 지식인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국민적 합의가 무르익었을 때고, 국가보안법 폐지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을 때였기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지식인에 대한 구속 여부는 매우 중대한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총장의 고유권한 침해론과 정치가 사법절차에 개입해 헌법 정신을 훼손한다는 반발 정서가 팽배해지면서 온 나라가 들썩였다. 추 장관이 지난 7월 행사한 수사권개입도 사법개혁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의 연장 선상에서 어느 정도 공감을 얻었다. 윤 총장이 검-언 유착 사건 수사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전문수사단을 소집하자 절차를 중단하고 수사팀에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라며 지휘권을 행사한 것이다.

 

 검찰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국민의 눈에는 검·언 유착 사건 수사의 적정성을 심사하는 전문수사단 소집은 공정성을 담보하고 있다기보다 윤 총장이 수사를 회피하려 하는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사를 시작하게 된 내용에 대한 정합성 부족 논란과 그에 따른 검찰총장의 고유권한 침해 논란이 거셌다. 또 윤 총장의 객관적 평가를 구하려는 노력이 곡해됐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추 장관의 첫 번째 수사지휘권 행사가 국민 정서에 기대고는 있으나 그것이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은 바로 성급함에 있었다. 건국 이래 세 번째가 되는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 행사 역시 성급한 조처로 보인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추 장관은 지난 19일 라임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가족 관련 의혹 수사에서 윤 총장을 배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지휘 내용은 라임 자산운용 사건 관련 여야 정치인 및 검사들의 비위 사건을 포함한 총장 본인-가족측근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기 위해,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지휘 감독을 받지 아니하고 독립적으로 수사한 후 그 결과만을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는 것이다. 서울남부지검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윤 총장 부인의 회사(코바나)가 각종 전시회를 개최하면서 수사 대상자인 회사 등으로부터 협찬금 명목으로 거액을 수수했다는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과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매매 특혜 사건에 부인이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 윤 총장 장모의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 개설-요양급여비 편취 혐의에 불입건 등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 전 용산세무서장 로비사건 관련 피의자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불기소 등 사건을 무마했다는 의혹 등 총 5건을 수사하고 있다. 하지만 윤 총장은 수사 초기부터 자신의 가족과 관련한 사건 지휘를 회피했다. 검찰 내규에 따른 것이다.

 

내규는 검사 본인이나 사적 관계로 이해충돌이 있는 사건은 담당 부서에 신고하게 돼 있다. 대검찰청도 추 장관의 수사 지휘 직후 이 같은 사실을 밝히는 입장문을 냈다. 물론 윤 총장이 전면에서는 회피하면서 뒤에서는 사건에 개입할 가능성을 전면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것은 개연성일 뿐이다. 그런 추측만으로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의 고유권한을 박탈하는 것은 정당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더구나 윤 총장 가족 사건을 지휘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윤 총장의 갈등은 검-언 유착 의혹사건 이후로 주례보고도 폐지될 만큼 심화 일로에 있다. 추 장관이 이런 사실들을 몰랐을 리 없다. 수사 지휘 내용이 견강부회라는 비판을 부른 이유다. 추 장관의 성급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소불위의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는 정치권력의 조바심에서 비롯한다.

 

검찰개혁 완수는 국민적 바람이거니와 동시에 현 정치권력이 내세울 만한 뚜렷한 정치적 성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조바심에 경도되면 자멸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주지하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추 장관의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은, 지난 16일 라임자산운용 의혹 핵심 관계자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전·현직 검사들에게 고가의 향응을 제공하고 야권 정치인에게 수억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고 폭로한 데 따른 것인데, 그 폭로와 관련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다. 추 장관의 라임 로비 의혹 사건 및 검찰총장 가족과 주변 사건 관련 지휘라는 제목의 수사 지휘가 검찰개혁에 필요한 조처로 보여지기 보다는 윤 총장을 벼랑 끝으로 몰아붙인다는 인상이 강한 이유다.

 

추 장관의 성급함은 검찰 주의자 윤석열을 제거하지 않고는 검찰개혁은 요원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그 빌미를 구하는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데서 비롯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추 장관의 일련의 조처는 정치권력이 삼권분립의 원칙을 훼손한다는 국민적 불신을 부르고, 정치와 대척점에 선 윤석열은 검찰개혁에 저항하고 있다는 불신을 부른다. 그 바람에 국민의 피로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속에는 역설이 숨어 있기는 하다. 비공식적인 주종관계 부재 혹은 비공식적 통제 불능 상태의 노출이다. 이는 추 장관의 리더십 부재와 윤 총장의 독선을 방증하지만, 동시에 형식을 중시하는 공조직의 새 패러다임을 보여준다. 이는 추 장관이나 여권이 내세우는 민주적 통제의 명분이다.

 

하지만 그래서 그 결과를 통해 국민이 얻는 실리는 무엇인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이 자신이나 여권을 방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국민에게 읽힌다면, 현 정권의 검찰개혁 방향성조차 공의롭지 못한 것이라는 의심을 사지 않을까. 민주주의란 불편한 것이다. 힘으로 누르는 것은 민주주의의 반대쪽 행태다. 추 장관의 성급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무소불위의 검찰개혁을 완수하려는 정치권력의 조바심에서 비롯한다. 검찰개혁 완수는 국민적 바람이거니와 동시에 현 정치권력이 내세울 만한 뚜렷한 정치적 성과가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권력이 조바심에 경도되면 자멸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주지하는 사실이다. 문재인 정권의 정치는 계속 이렇게 몰락의 길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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