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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48.1cm 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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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 35개 정당이 참여하면서 비례대표 투표용지 길이가 48.1cm에 달해, 2002년 지방선거 이래 18년 만에 수작업 개표를 해야 하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과 거대정당들의 꼼수 위성정당 사태가 빚어낸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생겼다. 이런 역사적 현실 앞에서 비례성 원칙을 지키는 선거제 개혁은 민주주의 성숙을 열망하는 국민의 일반의지에 속했고 촛불 시민의 가열 찬 요구의 하나였다.


실제로 우리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로의 선거법 개정을 위해 1년의 시간을 보냈다. 패스트트랙이라는 말과 달리, 느리고 답답한 시간이었는데 우여곡절을 거쳐 통과된 개정안은 누더기에 가까웠다. 비례의석을 늘리지 않은 채였고 30석만 연동시키는 지극히 부족한 내용이어서 만족할 수 없었지만, 다음 단계의 성숙을 위한 작은 발판으로 받아들였다. 그렇게 지난한 과정을 거쳐 획득한 비례대표제가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거대 양당의 위성정당들의 놀이터가 되었다는 것이다. 민주시민이라면 이들을 심판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에 속한다.


최근 민변이 지적했듯이, 위성정당이 단지 꼼수 반칙의 문제에 머물지 않고 훨씬 심각한 헌법적 문제점 즉, 헌법이 정한 대의제 정당민주주의 질서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면 더욱 그러하다. 미래통합당은 사익 추구를 위해 염치를 내던진 집단에 가까웠다.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여당이라면 그들과 달리 꼼수와 변칙에 단호히 맞서고 시민들의 정치의식을 믿고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민주주의 성숙을 도모해야 마땅했는데 적폐세력과 함께 진흙탕에 뛰어드는 편을 택했다. 미래한국당이 뻔뻔한 그들의 정체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면, 민주당은 아닌 척하며 할 짓 다 하는 야바위꾼을 연출했다.


국회에서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대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결성된 정치개혁연대의 기류를 타고 위성정당의 필요성을 띄운 뒤 자기들 입맛에 맞는 친문 친조국 세력인 시민을 위하여를 플랫폼 정당으로 선택했다. 후보 중에 성소수자가 있다는 이유로 녹색당을 배제하는 등 다루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정당들은 내치고, 기본소득당과 시대전환을 양념처럼 곁들였을 뿐이다. 노동당은 정치개혁연대로부터도 초청되지 않았다. 이처럼 거대 양당이 정치의 타락상을 거리낌 없이 드러낼 수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먼저 정치지도자의 부재를 꼽을 수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이 천명하듯 지켜주어야 할 국회의원이 많이 필요한 만큼 어려움에 처해 있어서 발언하지 않는 것인가? 문재인 정권은 지난 3년의 집권기간 동안 개혁의 실적으로 내세울 만한 게 무엇이 있을까? 그나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꼽을 수 있겠는데, 그 취지가 여지없이 배반당하고 민주주의의 퇴행을 불러오고 있는데, 후보 시절 선거제 개혁을 공약으로 내 걸기도 했던 대통령이 침묵하는 것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납득하기 어렵다. 집권 자체가 목적이었을 뿐, 집권하면 자신의 어떤 정치철학 아래 어떤 정책을 펼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이 없다.

민주당의 역사적인 신의 한 수는 속된 표현으로 우리 아니면 수구 적폐세력을 찍을 거니였다. 그렇지만 수구 적폐세력이 약해지거나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민주당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가 자기들보다 조금만 더 수구적이고 부패한 정치세력의 존재에 있기 때문이다. 가령 집권한 민주당이 선거 때마다 강조해온 민생정치를 제대로 편다면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떨어질 수 있지만, 민주당으로선 달갑기만 한 일이 아닐 수 있다.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만큼 민주당의 지지율이 높아질 수 있지만 그와 동시에 민주당보다 왼쪽에 있는 개혁진보적인 정당이 강해지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촛불 시민의 힘으로 3년 전에 10%대까지 지지율이 추락했던 한국당은 오늘 통합당으로 30% 안팎의 지지율을 회복했다. 그것이 황교안 대표의 정치력 덕일까? 3년 동안 집권세력으로서 한국당과 다른 점을 보이지 못한 민주당 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민주당에 신의 한 수는 계속 유효하게 되었고 위성정당의 필요성을 강변할 수 있게 되었다. 두 거대정당은 실상 자본친화적-노동배제적인 점을 비롯해 정책 지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없다. 재벌개혁-노동개혁은 앞으로도 말만 무성하거나 시늉만 벌일 것이다.


전교조가 여전히 법외노조로 남아 있다는 점에서나, 교육개혁의 긴요성이나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점에서도 그들은 별 차이가 없다. 금태섭 의원을 낙천시킨 반면, 대법 판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집단 해고한 이강래 전 사장을 공천하는 민주당이 미래통합당과 얼마나 다르다는 것인가. 오늘도 강남역 철탑 위에서 반노조 삼성재벌에 맞서 300일 가까이 시위를 벌이고 있는 김용희씨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관하고 있다.


두 당은 데이터 3법과 삼성보호법이라는 별칭을 가진 산업기술보호법은 일사불란하게 통과시켰다. 위성정당은 염치없는 정치가 연출한 막장 드라마다. 하지만, 민주시민에겐 정치혐오와 냉소에 빠질 권리가 없다. 정치적 동물로서 우리는 분노를 적극적 참여로 표출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두 거대정당과 위성정당을 제외한 정당과 후보에게 표를 주자. 그 득표수는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얼마나 성숙한 정치의식을 갖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정확한 가늠자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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