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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는 교만과 자만을 경계하는 것이 선결이다.


당 태종이세민은 중국 역사상 가장 뛰어난 군주로 평가받고 있다. 당나라를 부흥시켜 전무후무한 대제국으로 건설한 태종의 곁에는 현신(賢臣) 위징이 있었다. 태종에게 위징이란 자신을 제거하려 했던 정적의 핵심참모로서 여러차례 위기로 내몰았던 인물이다. 또한 중용한 이후에도 시시때때로 죽여버리고 싶은 충동이 일도록 하는 집요하고도 신랄한 비판자였다. 그러나 태종은 위징의 심원한 경륜과 올곧은 품성을 존중했다. 나아가 긴 제위기간 동안 위징이 세상을 떠날 때 까지 불편하고 듣기 싫은 간언에 귀를 기울이고 수용했다.


신하와 대등한 위치에서 세상을 다스리려 했던 태종의 노력은 정관정요에 정리되어 후세에 전해졌다. 이 정관정요에 따르면 위징이 태종에게 수많은 간언을 올렸는데, 당나라 부흥의 전환점이 된 간언만 해도 300여건이 넘는다. 태종이 위징의 통렬한 지적과 듣기 싫은 말을 가려내지 않는 직간에 격분하면서도 한사코 위징을 곁에 두었던 것은 위징이 사사로운 이익을 좇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태종의 도량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태종은 위징의 말이 자신을 잘못된 길로 가지 않게 이끌어주는 소중한 금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집권 이후 태종과 위징의 첫 번째 대화는 그들 관계의 방향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 것이다. 태종은 승리와 창업의 기쁨에 잔뜩 취해서 신하 방현령과 위징에게 창업과 수성, 어느 것이 더 어려운 것인가하고 물었다. 방헌령은 우후죽순처럼 일어난 영웅들 중에 최후의 승자만이 창업할 수 있으니 창업이 더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위징은 혼란한 시대를 바로잡으면 백성의 지지를 얻는 것이 어렵지 않지만, 이미 천하를 얻은 후에는 교만과 안일에 빠지기 쉽다. 나라가 쇠퇴하는 것은 여기서 시작되니 수성이 더 어렵다고 했다. 두 사람이 의견을 들은 태종은 방현령은 나와 함께 천하를 얻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났다.


허나 창업이 어렵다고 느꼈을 것이고, 위징은 천하를 안정시키는 일에 늘 노심초사 했으니 수성이 어렵다 했을 것이오. 그러나 이제 창업의 어려움은 지났으니 수성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오‘라며 위징의 의견을 취했다. 위징은 창업으로 이미 교만해진 태종을 지적한 것인데, 태종은 전혀 불쾌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그것을 수용한 것이다. 위징의 의견은, 권력 쟁취의 시기에는 성공하려는 의지로 고통을 감내하지만 창업을 이루고 나면 보상의식이 생겨 권력을 향유하려고만 하고 안일에 빠지며 종국에는 독선에 이르기 마련이라는 점을 함축하고 있다. 교만은 짧은 성공과 빠른 몰락의 서사구조 속에서 반드시 발견되는 독소다. 


한 번은 태종이 황제에 대한 시중이 소홀하다며 담당자를 처벌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위징은 지금 여러사람들이 죄가 없는데도 처벌받고 있다고 진언했다. 어떤 사람은 물건을 바치고 어떤 사람은 음식을 올렸고, 물건이 좋지 못하다거나 음식이 맛이 없다는 이유로 벌을 받았는데, 이는 태종이 만족하지 못하고 사치스럽고 호화로운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만약 만족할 줄 알면 오늘뿐 아니라 앞으로도 항상 만족할 수 있게 되고, 만약 만족할 줄 모르면 오늘보다 일만 배가 좋더라도 만족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위징의 말을 들은 태종은 그대가 아니면 이런 말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며 곧바로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끝내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위징이 죽자 태종은 슬피 통곡하면서 말했다. 사람이 구리로 거울을 만들어서 의관(衣冠)을 가지런히 하듯이, 옛것을 거울로 삼는다면 흥하고 망하는 것을 볼 수 있고, 사람을 거울로 삼는다면 잘잘못을 알 수 있는 법이다. 이제 위징이 죽었으니 짐은 거울을 잃었다고 했다. 이 같은 태종의 태도는 예나 지금이나 그 영역이 크거나 작거나를 막론하고 모든 정치 지도자들의 표상이다. 정치란 결국 시민의 복리를 추구하는 것이니, 그 소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훌륭한 인재를 적극적으로 기용하고 아랫사람의 간언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교만과 자만을 경계하는 것이 그 선결 조건이다. 자신의 부족함을 드러내고 낮춰야만 아랫사람들이 간언할 마음이 생기는 법이다. 나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이 없다'는 독선의 주변에는 지혜로운 사람이 깃들 수 없다. 설령 세상을 바꿀 탁견을 가진 인물이 바로 옆에 있다고 하더라도, 정치 지도자 스스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지 않은 상태에서는 직언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볼 수 있는 눈은 시민의 눈이다. 그러나 치열한 선거에서 당선되고 나서 언제 그랬냐는 듯 소통과 경청시스템을 폐기한 지도자는 자만과 아집에 사로잡히게 마련이다. 


그런 병폐가 극단으로 치달으면 아랫사람들의 권한을 빼앗아 일극화하고 만기친람을 하게 된다. 시민을 위한 지도자가 아니라, 자신의 영달을 추구하는 지도자일 뿐이다. 이보다 눈에 잘 띄는 비루한 꼴이 어디 있겠는가. 이런 지도자의 주변에 올바른 길을 가리켜 줄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이런 지도자의 주변에 올바른 길을 가리켜 줄 사람이 있을리 만무하다. 하지만 자만과 아집에 사로자힌 지도자는 고립무원의 자기 처지를 볼 수 없고, 그래서 마음속에서 처량한 마음도 일지 않을 것이니 이보다 더 큰 병폐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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